[칼럼]게임은 왜 스포츠화가 되지 못하는 가

한국에서 프로게이머가 알려진 것은 20년이 넘었다.


한국 최초의 게이머는 1998년 블리자드 래더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통해 알려진 국내 1호 프로게이머로 유명한 신주영이다. 이후 여러 명의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게임은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오락이자 문화로 바뀌어갔다. 여기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다. 임요환으로 인하여 게임은 진정한 의미의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하였고 e스포츠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렇듯 출범한지 20년이 다되어가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e스포츠는 현재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가장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있는 하나의 스포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게임을 스포츠라고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본디 스포츠라는 언어는 라틴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disport로 불리다가 영어로 바뀌면서 di가 사라지고 sport의 형태가 된 것이다. disportcarry away라는 뜻으로 자기의 본래의 일에서 마음을 다른 곳으로 나른다는 것이며, 쉽게 말해 일에 지쳤을 때에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후 국제화가 되어가면서 경쟁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경쟁 투기로서 하는 운동이라고 하는 사고방식이 일반화 되어있다. 이러한 언어적 의미로만 봤을 때 경쟁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희성을 띄는 게임은 충분히 스포츠에 범주에 들 수가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e스포츠는 스포츠의 범주에 확실하게 들지 못하였다. e스포츠가 아직 스포츠라고 확실히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육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많이 꼽는다. 하지만 이것은 체육과의 의미가 혼동 된 것이라고 본다. 체육은 신체의 교육 등 신체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의미하는데 체육에서 스포츠가 많이 파생되다 보니 엄밀히 말하면 다른 분야인데도 이러한 개념이 머릿속에 혼재하여 게임을 스포츠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스포츠의 하나인 바둑도 옛날에는 한량들이나 하는 부정적인 놀이였다.


두 번째로 게임=오락거리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매우 지배적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을 하는 사람을 백수와 똑같이 취급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한창 발전하기 시작한 1960년대. 나라를 키우는 정신은 우리 한 몸 희생하여 다음 세대는 잘 살게 하자이었다. 그로인해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해로운 것이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고, 이렇듯 놀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현대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지금 아시안 게임의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바둑의 경우도 현재는 지적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옛날에는 고스톱, 섯다와 마찬가지로 도박으로 분류되었고 한량들이나 하는 놀이였다. 이러한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어 현재의 스포츠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는 점을 보면 충분히 게임도 스포츠에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공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현재 사회를 지지하고 있는 어른들의 생각을 들 수 있다. 자식에게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제외한 어떤 것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부를 통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는 것을 바란다. 이외의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며, 특히 게임의 경우 이러한 인식에서 매우 부정적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PC방


이는 현재 교육 시스템의 실태라고 볼 수 있는데, 쉽게 예를 들어보면 현재 중고등학생들의 여가시간은 몇 시간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고등학생 기준으로 자율학습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야간자율학습 까지 포함하면 아침 8시부터 저녁9~10시까지 반강제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이후 학원이나 과외를 1개 정도 다닌다고 하면 보통 12시에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자기 바쁜 것이다. 일하는 직장인들보다도 바쁜 이 학생들은 주말에도 쉬는 날이 없다. 학원이나 과외를 가기 바쁜 것이다. 이러한 시간에서 남는 여가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끽해야 일주일에 10시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제일 만만한 것이 피시방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공부가 아니면 피시방인 학생들의 생활패턴에 부모님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게임이 우리아이를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엄밀히 말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게임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것이 첫 번째고 부족한 여가 시간 탓에 다른 놀이를 할 시간이 없는 것이 두 번째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나 환경 자체에 문제를 따지기 보다는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라는 마음이 강하여 공부 대신에 하고 있는 게임이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관념들 속에서 게임은 10대, 20, 30대 까지 스포츠라고 주로 인정받지만 그 위의 세대에서는 스포츠라는 관념 보다는 해로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게임의 프로 스포츠화 산업은 분명히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며 미래에도 충분히 가치가 높은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을 계속해서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현재 게임이라는 산업에 가장 영향력이 높은 우리나라의 환경이 가진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게임의 스포츠화가 미래를 이끌 산업 중의 하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과연 게임이 이토록 뭇매를 맞을 정도로 해로운 매체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NET